대전 서구의 직장인 유 모(25) 씨는 점심 메뉴 선정이 늘 고민이다.
1인당 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 여간 부담스러울 수 없다.
유 씨는 "팀원들이랑 다 같이 먹으려면 원하는 메뉴를 고르기도 어려운데, 매번 1만 원 이상 지출하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혼자 햄버거나 먹으려 한다"고 밝혔다.
가파른 '런치플레이션'(점심 물가상승)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대형 프랜차이즈로 향하고 있다.
2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전의 평균 김치찌개백반 가격은 9700원(전년 동기 대비 4.3%↑)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비빔밥(〃 2.0%↑) 1만 원, 자장면(〃 4.5%↑) 7000원, 칼국수(〃 3.8%↑) 8100원, 삼계탕 (〃 1.3%↑) 1만 5600원 등으로 집계됐다. 삼겹살(환산 후·200g)은 전년 동월과 같은 1만 8333원이었으나,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비쌌다. 냉면(〃 5.7%↓)과 김밥(〃 3.3%↓)은 각각 1만 800원, 2900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하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외식 물가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실제 8개 조사 품목 중 절반 이상은 지난달 대전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1.3%를 웃돈다.
대전시민 박 모(35) 씨는 "대전 어딜 가나 기본 김밥 한 줄에 4000원이 넘는다. 2000원대 김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식당을 가면 재료가 신선하지 않거나, 양에 못 미친다. 제대로 점심 한 끼 먹으려면 인당 1만 5000원은 기본으로 나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식자재값과 공공요금, 인건비, 임대료 등의 상승세에다 배달 앱과 키오스크, 테이블 오더 등의 수수료가 더해지며 가파른 외식 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프랜차이즈 외식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햄버거 업종을 중심으로 1만 원 이하의 저렴한 점심 세트 메뉴를 선보이며 직장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롯데리아는 점심 시간대 세트 메뉴를 기존 대비 약 12%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점심 프로모션의 지난 9월, 10월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16%, 12% 증가했다. 특히 직장인과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가지 매장에서 꾸준한 판매 증가로 이어진다. 맥도날드도 점심 메뉴를 기존가 대비 19% 정도 할인한다. 버거킹은 하루 종일 5000-6000원 대 가격으로 세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지역 외식업계는 고민이 많다.
지역 외식업계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탄탄한 유통망과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격 하향 조정이 가능하지만 개인 업장에선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가격 경쟁력에서부터 프랜차이즈와 영세상인의 간극이 큰 상황으로, 경기 불황이 길어질수록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