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SKC, 3100억 추가 투자…삼성전기, 연내 고객사 인증LG이노텍, 연말 시제품 생산 목표…시장 선점·기술 우위 숙제

인공지능(AI)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차세대 반도체 기판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불붙고 있다. SKC·삼성전기·LG이노텍 3사는 '꿈의 기판'으로 불리는 반도체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 및 고객사 인증에 나선 동시에,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두 달리는 SK, 맹추격하는 삼성·LG
2일 업계에 따르면 SKC(011790)는 지난달 29일 31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교환 대상은 SKC의 자기주식 298만 5304주(지분율 7.88%)이며, 교환가액은 10만 3482원이다. SKC는 투자금을 반도체 기판 자회사 앱솔릭스의 유리기판 상업화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선두 주자인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는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의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준공하고 시제품을 생산했다. 현재 미국 빅테크를 비롯한 복수 고객사에서 샘플 인증을 받고 있다.

앱솔릭스는 연말까지 고객사 인증을 마치고 유리기판 상업화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앱솔릭스는 이미 소규모 양산이 가능한 생산 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본격적인 납품 계약 체결 및 고객사 확대에 따라 추가 라인 증설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009150)는 이달부터 세종사업장에서 시제품을 생산해 연내 미국 빅테크 2~3곳에 샘플을 공급할 예정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8일 취재진을 만나 "(시제품 생산 준비가) 막바지 단계에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후발주자인 LG이노텍(011070)도 연내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미사업장에 글라스관통전극(TGV) 등 핵심 공정 장비를 반입·설치 중인 단계로, 이르면 연말 또는 내년부터 고객사 인증을 거쳐 2027~2028년 양산에 나선다는 로드맵을 짰다.AI 시장 흔들 '꿈의 기판'…"더 빨리, 더 뛰어나게"
부품 업계가 반도체 기판 개발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유리기판이 AI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불리기 때문이다.
유리기판은 반도체 칩을 정밀하게 쌓을 수 있는 매우 얇은 유리판인데,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열에 강하고 휘어짐 현상이 적다. 우둘투둘한 플라스틱보다 표면이 압도적으로 매끄러워 더 정밀하고 세밀한 패턴을 그리기에도 적합하다.
특히 플라스틱 기반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40% 이상 높이면서 전력 소비량과 패키지 두께, 생산기간은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부품 업계에서 반도체 유리기판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은 '제2의 AI 황금알'로 부르는 이유다.

유리기판 개발 경쟁에는 인텔과 AMD 등 빅테크도 참전하면서 글로벌 각축전이 예고됐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2023년 71억 달러(약 9조 8000억 원)에서 2028년 84억 달러(약 11조 6000억 원)로 18%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관건은 SK하이닉스의 HBM처럼 '대세'가 될 유리기판이 누가 될 것이냐다. 3사 모두 기판 코어 안에 반도체 칩과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함께 패키징하는 모델을 설계 중인데, 세부 공정에서 독자 기술을 특허로 출원하며 경쟁 우위를 도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앱솔릭스가 양산 시점이 가장 빠르고,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시차를 줄이기 위해 속력을 높이는 구도"라며 "현재는 누가 진짜 유리기판을 실현해서 시장을 선점하느냐의 경쟁이지만, 상용화 단계로 가면 제품 경쟁력이 시장 지배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