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BMW에 뒤쳐져
내연기관 고성능 쿠페로 응수
AMG 감성 살려 반격 시동

전기차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며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정통 내연기관 스포츠카로 반격에 나섰다.
2025년 1분기 벤츠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였고, 국내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줄어들며 체면을 구겼다.
고가 모델 위주의 라인업, 제한적인 플랫폼 전략, 그리고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맞물리며, 브랜드 이미지마저 흔들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벤츠는 ‘AMG GT’ 2세대 모델을 새롭게 선보이며 승부수를 띄웠다. 빠른 가속과 우렁찬 배기음을 앞세운 이 차량은, 벤츠가 여전히 고성능 내연기관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전기차 밀린 벤츠, 내연기관으로 승부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55 4MATIC+’를 국내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AMG의 정통 스포츠카 라인업을 계승하는 2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최고 출력 476마력, 최대 토크 71.4kgf·m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며, 4.0L V8 바이터보 엔진과 9단 변속기를 탑재해 벤츠 특유의 파워풀한 드라이빙 감각을 자랑한다.
또한, 엔진 실린더에는 내구성을 높인 나노슬라이드 코팅 기술이 적용됐고, 후륜 조향 시스템과 AMG 전용 서스펜션 등 고급 기술이 집약됐다. 또한,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AMG 트랙 페이스’ 기능까지 탑재돼 스포츠 드라이빙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벤츠 코리아는 이 모델을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 정식 출시하며, 향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GT 63 S E 퍼포먼스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스포츠 감성은 그대로, 실용성은 2배

신형 AMG GT는 단순히 빠르기만 한 차가 아니다. 차량 외관은 더욱 길어진 보닛과 노란색 브레이크 캘리퍼, AMG 레터링 등으로 시각적 강렬함을 남긴다.
내부 공간도 실용적으로 설계돼 이전 모델보다 트렁크 용량이 약 2배 넓어져 최대 675L까지 수납이 가능하다.
또한, 벤츠는 21가지 외장 색상과 14가지 실내 색상 중 원하는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고객 맞춤형 ‘마누팍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 니즈도 공략하고 있다.
전기차 대세에도 ‘벤츠다움’ 지킨 선택

한편,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벤츠의 이런 행보는 단순한 ‘역행’이 아닌 전략적 ‘차별화’로 해석된다.
국내외에서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되며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크게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 벤츠는 여전히 고성능과 감성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하고 있다.
실제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국내 판매량이 1년 새 2배 넘게 증가했으며, 벤츠 역시 E클래스와 S클래스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BMW가 전기차 플랫폼 유연성과 배터리 안정성, 젊은 감성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한 반면, 벤츠는 대형 고급 모델에 집중하면서 전기차 시장에서 다소 고전했다. 특히 중국산 배터리 사용에 대한 소비자 우려도 벤츠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번 AMG GT의 출시는, 그런 흐름과 별개로 ‘벤츠다운 벤츠’를 보여주는 시도로 보인다.
고성능과 고급감을 모두 갖춘 내연기관 스포츠카로 여전히 시장에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전기차의 물결 속에서 전통의 가치를 되새긴 의도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