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유빈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 종목 모두 4강까지 오르며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세계 랭킹 8위 신유빈과 전지희(14위)·이은혜(42와)로 구성된 세계 랭킹 3위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전에서 린다 베르스트룀(34위)·크리스타나 칼베리(58위)·필리파 베르간드(165위)로 구성된 세계 랭킹 15위 스웨덴을 3-0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신유빈은 앞서 임종훈과 호흡을 맞춘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 단식에서도 4강에 올랐다.
이날 여자 단체전을 끝으로 자신이 출전한 세 종목 모두 준결승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신유빈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탁구 신동'으로 불렸다. 워낙 탁구 사랑이 대단해 방송 프로그램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정도였다. 여러 관심 속에 신유빈은 최연소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2019년 만 14세 11개월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 발 더 나아가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도 최연소 출전의 기록을 세웠다.
첫 올림픽이었던 도쿄에서 빛과 그림자를 얻었다. 손에 쥔 건 없었다. 여자 단식과 단체전에 출전한 신유빈은 각각 32강과 8강에서 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셨다. 이제 막 국제대회를 경험하기 시작한 어린 신유빈에게 당장의 결과를 바란 게 아니기에 큰 선수가 될 자양분을 얻기를 탁구계는 바랐다.

다만 쉼 없이 대회를 이어오면서 부상이라는 악재가 따라왔다. 신유빈은 지난 2021년 9월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를 거쳐 국제 대회에 출전 중 피로골절 부상을 당했다. 이후 수술을 받은 뒤 기나긴 재활 훈련이 반복되면서 공백기가 길어졌다.
그러나 부상을 털어낸 신유빈은 2022년 말 열린 슬로베니아 노바고리차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컨텐더 2관왕에 오르며 세계랭킹을 19위까지 끌어 올렸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신유빈의 무대였다.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세계 1위 쑨잉샤(중국)을 넘지 못하고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여자 단체전과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여자 복식에선 '환상의 짝꿍' 전지희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탁구 여자 복식 금메달은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우승한 이은실-석은미 이후 21년 만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성공적인 성과로 높아진 기대와 함께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도 신유빈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단식과 복식 모두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서브가 날카로워졌고, 경기 운영에도 노련미가 붙었다. 마인드 컨트롤도 상당했다. 1시간이 넘는 혈투를 펼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던 히라노 미우(일본)와 단식 8강이 신유빈의 성장을 제대로 보여준다. 신유빈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겸 대한탁구협회장도 "신유빈이 정신적으로 더욱 강해졌다"라고 칭찬했다.
단식에서 4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던 신유빈이지만 이내 눈물을 닦은 신유빈은 "3년 동안 노력한 만큼은 나온 것 같다"며 "메달을 딴 선수들은 더 큰 노력을 했을 것이기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혼성 복식과 여자 단식에서 동메달 결정전까지 치르는 강행군에 지칠법 했지만 신유빈은 전지희·이은혜 두 언니와 함께하는 이번 대회를 기대했다.
탁구 단체전은 5경기 중 3경기를 먼저 따내는 팀이 이기는 방식이다. 첫 경기만 복식이고 나머지 네 경기는 단식. 1경기 복식이 끝나면 복식을 뛰지 않은 선수가 2경기에 개인전을 치르고, 3경기 개인전은 복식을 치른 선수끼리 맞대결한다.
전지희와 함께 복식 경기에 나선 신유빈은 브라질과 16강전에 이어 스웨덴과 8강전에서도 3-0 승리와 함께 기선제압을 해냈다. 아시안게임을 제패했던 두 선수인 만큼 두 경기 모두 상대보다 한 수 위 실력을 뽐냈다. 단식에 출전한 이은혜와 전지희가 경기할 땐 오광헌 감독과 벤치에 앉아 열렬한 응원은 물론 작전 타임 땐 '코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신유빈은 브라질과 16강전이 끝나고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어 든든하다. 언니들과 함께 해서 그런지 외롭지 않았다. 파리에서 11경기를 치렀지만 행복하다. 마지막 경기까지 모든 것을 갈아 넣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의 4강 상대는 중국과 대만의 8강전 승리팀이다. 우승 후보 중국이 이길 확률이 높은 만큼 중국과 4강전을 벌일 것이 확실시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도입된 여자 단체전에서 한국은 동메달 1개가 유일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경아·박미영·당예서가 동메달을 따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 종목은 중국이 절대 강세다.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지난 대회까지 금메달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 랭킹 1위 쑨잉샤와 2위 왕만위, 그리고 4위 첸 멍으로 대표팀을 꾸려 우승을 노리고 있다.